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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2015년 6월, 일상

Jun 22, 2015

broken refrigerator and sickness in the family

6월 하고도 22일이다. 많은 선교사 가정이 이곳 다바오를 떠나기 시작한 5월 말… 나는 막연히 6월을 예상하기를 정말 slow 하고 boring 하고 lonely 한 month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나의 삶에 upbeat을 제공할 시간이 있다면 다바오에 남아 있는 선교사님들과 하는 성경 공부 정도…를 예상했었다.

6월 3일. 성경 공부를 하루 남겨 놓고 냉장고가 고장이 났다. 별로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금방 고칠 수 있을꺼라는 생각에. 지인의 소개로 가전제품 수리하는 일을 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control panel도 고치고, sensor도 고쳤다. 그러나 냉장고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어렵게 어렵게 다바오 지역 냉장고를 담당하는 LG 본사(어딜 뒤져도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발품 팔아서 찾게 됨)를 찾아 technician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고 그들은 결국에는 냉장고를 pick up 해 갔다. 아주 작고 귀여운 냉장고를 대여해 주는 대신에 말이다.

rented refrigerator

냉장고가 작아지니 삶도 심플해졌다. 음식을 해먹는 것도 낭비함이 없이 한 끼에 무조건 다 먹는 식으로만 요리를 하게 되었다. 냉장고를 가득 채울 grocery shopping도 할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먹을 양만 장을 봐와서 간단하게 해 먹게 되었다. 장을 자주 봐야 하는 것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심플한 삶이 전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 김치가 떨어졌는데 김장은 할 수 없었다. 보관할 자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김치를 못 만들어 먹는 것이 정말 많이 아쉬운 것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잘 manage 한 것 같다. 아이들이 버릇처럼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여닫곤 했는데 그래 봤자 별거 안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가족에 sickness가 몰아(?)쳤다. A가 고열이 나서 며칠 고생을 했다. 다른 증상은 전혀 없이 고열만 났다. 엄마의 직감인지… 왠지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 감기 증상이면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바오에 와서 그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소아과를 찾은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J가 다쳐서 응급실을 간 적은 몇 번 있지만) 믿을만한 소아과 의사를 찾는 것이 시급한 일이었다. 아는 선교사님들이 거의 모두 해외에 나가고 안 계시는 상황에서 마음이 좀 다급해지기는 했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몇 분의 소아과 의사를 소개받아서 병원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소변 검사와 피검사를 했다. 소변 검사는 negative. 괜찮았는데 피검사에 문제가 있었다.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온 것이다. viral infection일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 뎅기열의 가능성도 있었다. 열이 떨어진 이후에 피검사를 다시 받아보고 그때도 혈소판 수치가 더 떨어지면 뎅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after gone through a blood work

감사하게도 열은 3일만에 잡혔다. 열이 떨어지고 다음 날 피검사를 했는데 이런… 혈소판 수치가 내려갔다. 열이 떨어진 후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뎅기 증상도 함께 나타났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rash가 생겼고, A는 계속해서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고,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낮잠이든 밤잠이든 잘 자지를 못 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주 severe 한 뎅기는 아니어서 그나마 순조롭게 지나간 것 같기는 하지만 수차례의 피검사를 받아야 했던 A를 생각하면 좀 마음이 짠하다.

A가 댕기에서 회복할 때까지도 우리의 냉장고는 리턴하지 않았다. 일주일이면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나 궁금해 연락을 해보니 아직도 부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 뭐야.. 지금쯤 다 고쳐진 줄 알았더니… 냉장고를 구입한지 아직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장 난 part는 워렌티로 cover 된다는 좋은 소식은 있었지만 부품이 외지에서 배달되는지 시간이 꽤나 걸리고 있다는 것. 비행기로 배달이 불가능한 부품이라 더 오래 걸린단다. 배로 오나? 차로 오나? 에효… 그냥 잊고 지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겠다 싶어 그냥 생각을 접었다.

그러던 중에 J, A 두 아들 녀석 모두가 다시 고열로 고생. A는 열은 금방 잡혔는데 목감기인지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느 정도로 소리가 안 나왔냐면 애가 우는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에효… 목이 아퍼서 또 잠을 잘 못 잔다. (엄마, 아빠도 계속해서 밤잠을 설치게 되니 피곤, 피곤…) J는 정말 열이 많이 났다. 최고 102.8도까지 올라갔었다. 하루 종일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완전히 늘어져서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한 자리에 누워만 있었다. J가 아픈 적이 많이 없어서 이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만한데, 아무리 열이 나도 102도까지 올라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두 녀석들이 한꺼번에 다 아프니 더 정신이 없었다. 각자 약 먹는 시간이 달라서 헷갈리기도 하고, 두 놈 다 병시중 들려니 이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칭얼거리거나 그러지 않아서 감사했지만, 어쨌든 가족 중 하나라도 아프면 모두가 고생이다.

24시간 이후 J의 열은 잡히고, A도 목소리가 조금씩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후로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여전히 콜록거리고 있다. 빨리 완전히 회복되어서 6월에 함께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을 재미나게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중에 몇 가지는 수영장 가서 놀기. 바닷가 day trip. 얘들아, 빨리빨리 건강해지자.

the return of the 냉장고

아이들의 열도 잡히고 목소리도 돌아올 즈음… 잊고 지내던 냉장고도 돌아왔다. 19일만이었다. 찬바람이 쌩쌩 나오는 냉장고를 보니 반갑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아껴줄게. 고장 나지 마. 좋은 regulator도 달아줄게. 정전돼도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

오래간만에 만나는 냉장고가 저들도 반가웠던지 아이들도 몇 번을 열어다 닫았다를 해보지만, 니들이 먹을 음식은 아직 안 들어있다. ㅎㅎㅎ 조금만 기다려라. 장보러 가자꾸나.

이렇게 우리들의 6월은 broken 냉장고가 return하기를 기다리며, 또 병마(?)와 싸우며 가고 있다. 이번 주는 남편의 43번째 생일(믿기지가 않네. 내가 남편을 처음 봤을 때 그의 나의 만 23이었건만… 20년의 세월이 어디로 갔나…)과 우리 부부의 10번째 결혼기념일이 있는 한 주다. 6월의 시작과 중간은 좀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마무리는 의미 있게 잘해보려고 한다.

주님, 이번 한 달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도와주세요. 의미있는 날들도 채워주시길… 돌아보면 감사가 넘치는 시간들이 될 수 있기를… 냉장고가 있으나 없으나, 몸이 건강하나 아프나, 오직 주를 위하여… 그렇게 살 수 있기를요. 누군가 말했다. 선교는 버티는 것이라고. 의미 있는 버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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