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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제와 크레페 작은아이가 수학 예비시험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스쿨버스 안에서 문자를 보냈다. 집에 와서 이야기해도 될 일인데, 충격이 컸던지 연습문제를 찾아 준비해 달라며 도와달라고 했다.나도 중학교 수학을 미국에서 배우지 않아 용어가 낯설지만, 어떻게든 도와야 하니 부랴부랴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예전부터 친구들처럼 튜터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재정상의 이유도 있고, 중학교 공부에 과도한 열심은 too much인 것 같아 “모르면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약속했었다. 약속했으니 책임을 져야지.함께 연습문제를 풀다 보니 아이의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았나?’ 싶을 즈음, 남편이 저녁이 준비됐다고 불렀다. 아빠가 준비한 삼겹살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 더보기
성경공부를 마치고 6주간의 요한계시록 성경 공부를 마쳤다. 이번 성경 공부는 도너츠샵에서 일 하시는 집사님들과 함께했다. 새벽 2시 반에 출근하시고 오후 1시쯤 일을 마치신 후, 오후 2시에 모여 다과를 나누며 성경을 공부하는 일정. 고된 노동을 마치고도 2시간씩 말씀 앞에 앉는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집사님들은 기쁘게 참여해 주시고, 부족한 내 말도 귀 기울여 들어주시며 삶의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그 자체로 너무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본문도 있었고, 동의되지 않는 해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생 경험이 한참 부족한 내 가르침을 겸손히 들어주셨다. 오늘은 심지어 만찬까지 준비해 오셨다. 긴 하루 일을 마치고 또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해 오셨을 걸 생각하니, 얼.. 더보기
Unwind 큰아들은 디스토피아 장르의 책을 좋아한다.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읽어야 한다면 늘 디스토피아 소설을 골랐다.이번 학기 영어 수업에서 작은아이는 The Giver를 읽게 되었다. 역시 디스토피아 장르다. 그리고 추가로 다른 책 한 권은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아빠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골라오라고 했더니 너무 유치한(?) 책을 집어왔는데, 그냥 두었다. 그런데 본인도 읽어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는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어서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학교 사서 선생님께 디스토피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던 것 같다. 늘 형을 따라 하던 동생이, 이번에도 형이 즐겨 읽는 장르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작은아이가 집에 들고 온 책은 Unwind라.. 더보기
말라기 3장 청년부와 함께 말라기 3장을 공부했다. 흔히 ‘십일조 장’으로 알려진 본문이지만, 그 핵심은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있다. 회개의 부르심과 함께 올바른 십일조를 드리라는 말씀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는 구약 시대의 십일조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었고,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내가 십일조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배경을 살펴보니, 그 시대에는 미니멈으로 연간 수확의 약 30%를 공동체와 나누며, 땅과 소산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눔은 공동체 안에서 순환하며, 서로를 영적·육적으로 살리는 제도로 작동했다.그 복의 흐름이 얼마나 정교하게 얽혀 있는지(intricately interwoven), 우리는 새삼 놀랐다. 처음엔 .. 더보기
무제 일 년 전 오늘, 우리 가족은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이 지나간 그 시간이 어느덧 1년 전이라니. 지금은 한가로이 빵을 굽고, family movie night을 하며 아이들과 웃으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에 새삼 감사가 밀려온다. 평범해 보이는 오늘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마음 깊이 느껴진다.어제 청년부 성경공부 시간에는 말라기서를 함께 나누었다. 말씀 속 당시의 시대적 맥락을 들여다보며, ‘잘 사는 삶 (=경제적 풍요를 목표로 하는 삶)'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 진짜 복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청년들의 진솔한 나눔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누리라'고 주신 삶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더보기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사건 I encountered my first real-life “Karen” in a shopping mall parking lot—and now I understand why that label exists, even though I’ve always resisted it.When my kids watched short videos about “Karen” stories and laughed, I would tell them not to generalize people like that. It bothered me to see someone’s name turned into a stereotype. But after what happened that day, I understand why people re.. 더보기
2025 코스타를 마치며 – 짧게 쓰려 했으나 길어진 후기 올해 코스타는 유난히 꽉찬 일정이었다. 하루에 4시간도 채 못 잘 정도로 움직였고, 맡은 사역을 감당하느라 피곤함이 쌓였다. 너무 지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쏟다 보니 뇌가 과부하된 것처럼 느껴져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기 어려운 나의 예민함도 한몫했다.이번에 내가 맡은 주요 사역은 ‘Learning God’s Story(LGS)’라는 90분짜리 중그룹 성경공부를 매일 아침 3일간 인도하는 일이었고, 그 외에도 개인 상담이나 그룹과의 교제 등 여러 만남이 이어졌다. LGS는 올해로 네 번째 섬기는 프로그램이지만, 이상하게도 해를 거듭해도 긴장감이 줄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연령대도 다양하기 때문에 낯을 많이 가.. 더보기
텍사스 도너츠 소그룹과 함께한 첫 계시록 공부 텍사스 한인 이민자들이 오랫동안 해온 비지니스 중 하나가 수제 도너츠 샵 운영이다. 이분들은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새벽에 도너츠 반죽을 시작하고, 매일 아침 신선한 도너츠를 만든다. 보통 샵은 오후 1시에 문을 닫고 집에 오셔서 늦은 점심을 드신 뒤, 저녁 8시나 9시쯤 잠지라에 드신다. 그래야 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중 거의 문을 닫지 않고 운영하기 때문에 이분들의 생활은 매우 고정적이고 규칙적이다.이러한 삶의 리듬 때문에 도너츠샵을 운영하거나 캐쉬어 일하시는 분들의 교회 소그룹 모임도 보통 주중 오후 시간에 이루어진다. 주말에도 샵을 운영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주말 저녁에 모이는 방식은 이분들께 맞지 않는다.이번 주부터 약 6주간 "도너츠" 소그룹 집사님들과 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