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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다바오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 선교사가 있다. 낯가림이 심하고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오히려 누가 나한테 말걸까봐 무뚝뚝한 얼굴로 도망가듯 지나가는 나를 그냥 보내지 않고, 고맙게도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심심하면 연락해서 같이 커피 마시러 가자고 불러주는 멕시코계 미국 친구다. 선교 단체 소속도 카리스마틱 교단 소속이라서, 굉장히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리 단체와도 모든 면에서 다른 점이 많은 친구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안부를 먼저 물어봐주고, 어디서 속 얘기 잘 안/못 하고 (할 때도 없는...) 나지만 그래도 맘 편하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넑두리를 늘어 놓을 수 있는 친구. 그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자기 부부가 섬기는 M그룹 내에 성경 .. 더보기
길고양이 rescue 아이들과 남편을 개 산책을 보냈는데 길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이제 한 달도 안 된 아기 고양이 같은데, 살고 있는 환경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그냥 길가에 작은 상자를 찾아 담아 들고 왔다고 했다. (실제로 길 옆에 형제로 보이는 다른 아기 고양이가 이미 죽어있었고, 어디선가 이 아기 고양이가 나타나 아인이를 따라왔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라 우선은 음식을 조금 먹이고는 그날 밤은 집 밖 빨래방에서 재웠다. 다음 날 아침에 목욕도 시키고 동물 보건소(?) 즈음되는 곳에 데리고 가서 de-worm 약을 먹이고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이 모든 일은 남편이 하는 일. 평생 애완동물 하나 안 키워봤다는 사람이 어느 순간인가부터 개, 고양이에 아주 열심히다. ㅎㅎㅎ) 이름도 .. 더보기
혼을 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들 녀석들이 요즘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이번 주 내내 온라인 스쿨 끝난 후 스크린 타임은 없다고 했다. 오늘따라 과제를 일찍 마치고는 심심하다며 노래를 부르더니 금방 마음을 바꿔 fortress 만들며 놀고 있다. 심판은 회복을 위한 것이 맞는거 같다. 더보기
요한복음 - Assessment 요한복음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보통은 시험을 봐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또 다른 테스트로 스트레스를 안기기는 싫었고, 또 성경 수업 시간에 시험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다른 종류의 마무리를 디자인해봤다. 이틀에 걸쳐 두 종류의 assessment를 하기로 했는데, 그 첫날은 요한복음 13-21장의 내용 중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레슨 포인트를 3가지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이 assessment는 지난 쿼터에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교적 쉽게(?) 아이들이 글을 적어 내려갔는데, 간혹 아이들 중에 요한복음과 전혀 상관없는, 본인이 이미 알고 있는 성경의 내용과 예수님에 관한 것을 그냥 막 적은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가 성경 읽기를 할 때 얼마나.. 더보기
의심 많은 도마? 요한복음 수업이 이제 며칠 후면 끝이 난다. 그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마지막 assessment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가에 대한 assessment라기보다는, 내가 제대로 전달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에 가까운 것 같다. Zoom으로 수업을 하면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나 혼자 떠드는 것을 애들이 귀 기울여 들을 리 없고, 그에 따르는 아이들의 의견과 질문을 받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이 아이들의 나이 즈음되면 줌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는 상당히 눈치가 없는, not cool한 아이가 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수업은 싫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궁금하고, 어떻게든 interactive 한 방법을 incorporate 시켜야 했는데, 이런 삶이 지쳐서 일까? 어떠한 창.. 더보기
집에 가고 싶다 집에 있는대도 집에 가고 싶은 요즘. 이 도시에서의 quarantine과 modified lock down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족과 함께 그 어디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의 피로감이 쌓여간다. 쉬고 싶다는 생각,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갈 곳이 없다. 한국처럼 환경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동네 공원이라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집순이고 introver인데, 그런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 상황이 정말 안 좋은가보다...라고 가까운 지인이 나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집에 있는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24/7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introvert에게는 힘든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alone time을 갖지 못하는 것... 더보기
Distance learning in the Philippines 필리핀에도 온라인 스쿨이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distance learning이라고 해야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online learning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교육을 받고 있기는 하다. 3월부터 본격적인 여름(필리핀의 계절은 두 가지, hot summer와 hottest summer)이 시작되는 이 곳에서는 3월 말이면 여름 방학에 들어가고, 6월 초 즈음 개학을 한다. 하지만, 3월 초부터 lock down에 들어간 올 해는 lock down과 함께 학교도 여름 방학을 앞당겨하게 되었고, 백신 없이는 학교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한 두테르테 대.. 더보기
떠나는 선교사 가정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내가 아는 가정만 해도 벌써 열 가정이 이곳을 떠났다.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떠난 이들도 있고, 완전히 철수를 한 가정들도 있다. 팬데믹이 주는 상황으로 사역에 제한이 많아졌고, 사역지가 remote 한 곳에 있는 선교사들은 사역지 방문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사역적인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도 남편 같은 경우는, 여행을 많이 해야 하는 role임에도 그 어디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온라인으로 티칭을 하느라 바닥에 뚝 떨어진 motivation을 쥐어짜고 있는 상태이다. 원래 올여름부터 안식년이었는데, 안식년을 미루게 되었고, 지금은 이 나라를 떠나면 언제 다시 입국이 허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내년 안식년도 계획할 수 없는, 그런 애매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