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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ntry중입니다. (1) 미국으로 돌아온 지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지,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돌아와서 시차 적응이라는 것도 없이 바로 현지 시간으로 생활이 가능했더 우리 네 식구. 태평양을 넘나드는 수많은 여행 중에 이런 적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뭔가를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 도착해서 시차 적응도 빨리 할겸 바로 이사 모드로 들어갔다. 부모님 댁 지하에서 temporary로 (아니면 무기한?) 살아야 하기에 우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16년 전 결혼할 때 장만해주신 침대와 침실 가구 등을 옛날 내 방에 그대로 두고 갔었는데, 이번에 지하로 옮겼다. 창고에 15년 넘게 stored 되어.. 더보기
Queen Esther 부모님과 이모, 이모부를 모시고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Sight & Sound Theatre를 다녀왔다. 올해 공연은 Queen Esther였고, 사실 막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Samson과 Noah 이야기는 직접 가서 봤고, Jesus는 팬데믹 중에 무료로 풀린 녹화본으로 본 경험이 있기에,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경의 서사를 풀어가는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솔직히 에스더를 한다고 했을 때 망설여졌다.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어른들 모시고 마실 가는 것이 나쁘지 않을 듯하여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여성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고 공연을 봤던 것 같다. 와스디를, 에스더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 더보기
Conference seminar (기도 후원 그룹과 나눈 글) 기도해주신 덕분에 지난 월요일 노동절에 있었던 버지니아 지역 교회 청년부 컨퍼런스에서 두 번의 세미나 진행을 잘 마쳤습니다. "정체성, 소명, 그리고 일상: 성경적 여성으로 살기"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정확한 숫자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략 50명 안팎의 청년들이 참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자매들이 사인 업을 하고 참여를 했는데, 형제들도 대여섯 명 정도 함께 했습니다. 교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과 그것을 지지하는 성경 해석 방식은 다양한데, 한국과 미국의 교회가 지지하는 해석은 성경이 여성을 해방하기 보다 억압하는 방식으로 성경의 내러티브를 풀어가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어떻게 너무 큰 충격 없이 나눌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 더보기
Thank you! 14 years ago today, (구) 워싱턴 나들목 교회를 통해 우리 가족은 선교사 파송을 받았다. 결혼을 하고 개척 멤버로서 섬겼던 교회다. 그 후로 우리는 사역지에서 두 번의 텀을 마쳤고, 지금은 안식년을 맞아 미국으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휘몰아쳤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이곳에서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살았던 집의 뒷마당이 보인다. 아빠가 오래 전에 심은 과일 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사슴, 다람쥐, 여우가 다니는 우리 집 뒷마당. 타임슬립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season을 process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6월 마지막 주일에는 우리를 파송했던 교회의 closing 예배가 있었.. 더보기
한국 방문과 격리 5일째. 한국에 도착한 지 벌써 5일째. 그리고 내가 눈 빠지게 기다렸던 14일 격리. Yes, I was looking forward to this. 이 기간이 긴 것 같아도 우리에게는 빠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다른 약속 없이 집에서 급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다. (물론 working mode 스위치가 꺼져서 시동을 거는 게 쉽지는 않은 듯하기도 하지만...) 맛있는 거 먹고, TV 보고, 게임하고, 책 읽고... 이렇게 매일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한편으로 신나 보이기도 한다. 지후가 말하기를, "this quarantine will be like a breeze."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다바오에서 지난 1년간 격리 비슷한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이니, 집에만 있.. 더보기
떠난다 (2) 떠남을 생각할 때 가끔 울컥할 때가 있다. 내 자신의 감정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떠남에 대한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가장 그렇다. 내 아이들의 친구들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내가 울컥했다. 마지막 놀이, 마지막 줌 수업, 마지막 행사, 등을 참석하는 내 아이들을 볼 때 나의 마음이 깊이 grieve 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departing에 관한 가장 깊은 슬픔을 경험했을 때는 내가 만 15세가 되었을 때,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이다. 그때는 국적기도 타지 못 해 낯선 미국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었다. 멀리 지방에 사시는 친척분들이 모두 공항에 나와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몰랐지만, 난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한참 동안.. 더보기
떠난다 (1)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말이었던가. 이곳에서의 우리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realize 한 순간이 있었다. 그 전에도 우리가 얼마나 이곳에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결론은 '지금은 아니다'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 realization. 딱 그거다. 하지만 언제 떠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었는데, long story short, 5월말에 떠나게 되었다. 3개월 동안 철수를 준비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할 수는 있지만 엄청 push 해야 할 것이고, 힘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 온라인 스쿨 하고, 수업 진행하고, 단체 컨퍼런스 준비하면서 철수를 준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 더보기
"Confusion Concerning the Great Commission" 나도 잘 알지도 못 하면서 해외 선교에 헌신하고 지금까지 왔다. 사역지에 와서 살면서 '아! 이런 거였어?'와 같은 aha 모먼트를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모른다. 사역지로 온 지가 10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계속해서 배우고,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로 변하지 않으려고 하고, 전부터 알고 있던 그것만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선교사들이 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을 텐데... 나조차도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냥 말해 뭐해, 내 시간만 아깝지...라는 마음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조용히 있지 말고 내 패(?)를 까고 동료들이든 주변 사람들을 좀 불편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내 삶이 그래 왔던 것 같다. 그냥.. 더보기